도시와 자연이 만나는 길, 성사천을 따라 걷다
어느 순간, 문득 발길을 내딛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가슴 한쪽이 이유 없이 싱숭생숭할 때.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습니다. 특별한 목적지는 없었지만, 그냥 걷다 보면 마음이 정리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그렇게 나선 길은 성사천 산책로였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자주 지나치긴 했지만 오늘은 유독 이 길이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도심 속 작은 하천을 따라 조성된 이 산책로는 2008년 행신2지구 택지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진 1km 남짓한 짧은 길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쉬며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공간입니다.

성사천, 일상의 쉼표가 되는 곳

찬바람이 아직은 매섭지만, 계절은 어느새 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가지 끝에 연둣빛 새싹이 돋고, 다가올 따스한 날들을 준비하듯 나무들도 기지개를 켜는 듯 보였습니다. 봄이 되면 이 길엔 라일락 향이 가득 퍼지고 하천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질 겁니다. 이곳을 걷다 보면 도시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한 박자 쉬어 갈 수 있습니다.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는 고양시의 매력
산책을 하다 보니 배다골 테마파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름이면 물놀이장으로 분주한 이곳에 수영장, 동물원, 식물원, 비단잉어관에 베이커리까지 있는 줄은 전에는 무심코 봤던 간판을 오늘 제대로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그 주변으로 펼쳐진 논과 밭, 그리고 곳곳에 자리한 비닐하우스들은 도심 속에서도 농업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풍경이었습니다.


고양시는 예로부터 화훼농가가 발달한 곳으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꽃 생산지이기도 합니다. 장미, 국화, 백합 등 다양한 꽃들이 이곳에서 재배되어 전국으로 유통되죠. 뿐만 아니라 엽채류를 기르는 농가도 많아 도심 속에서 신선한 농산물이 길러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평범한 길 위에서 찾은 소소한 행복

길을 걷다 보니 퇴비 냄새가 코끝을 스쳤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한산했던 논밭이 이제는 본격적인 농사 준비로 분주해지는 시기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계절은 이렇게 또 흐르고, 자연은 쉼 없이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죠.
오늘의 산책은 단순한 걸음이 아니었습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있고, 익숙했던 풍경 속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가끔은 이런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아무 계획 없이 걷고, 머릿속을 비우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바라보는 것. 이런 날이 쌓이면, 일상도 조금 더 단단해지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