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곳

도심 속 철길 숲길, 경의선숲길을 걷다

두 번째 햇살 2025. 3. 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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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철길 숲길, 경의선숲길을 걷다

 

서울 마포구를 가로지르는 경의선숲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닙니다. 이 길은 과거 경의선 철길이 지나던 자리로, 서울의 역사와 도시의 변화가 고스란히 스며 있는 공간입니다.

 

1904년, 용산에서 개성까지 이어지는 철도 공사로 시작된 경의선은 1906년 전 구간이 개통되었고, 이후 분단과 한국전쟁, 도시화 과정을 거치며 변화해 왔습니다. 특히 2008년 지하화 작업 이후 지상 구간은 철로의 기능을 마감하고, 2011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숲길 조성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서울 시민을 위한 '도심 속 숲길'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경의선운행 연대기(사진 출처 : 다산콜센터/서울의 공원)

총길이 약 6.3km, 경의선숲길은 가좌역에서 효창공원 앞역까지 이어지며, 구간마다 저마다의 색깔을 담고 있습니다.

경의선숲길은 흔히 ‘연트럴파크’라고 불립니다.
이는 ‘연남동’과 ‘센트럴파크(Central Park)’의 합성어로, 연남동에 조성된 경의선숲길이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도시 속 자연과 휴식을 주는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애칭입니다.
특히 홍대입구역~가좌역 사이 구간은 젊은이들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산책 명소죠.

처음에는 어디서 부터 시작할까 고민을 하다가 이왕 가는 거 전 구간을 다 볼 요량으로 가좌역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경의선을 올라탔다. 가좌역을 도착하고 나서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를 살펴보니 안내판에 표시가 잘 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시작점을 알 수 있었다. 가좌역에서 내리면 1번 출구로 나가면 된다. 이제 본격적인 경의선 숲길을 따라가 보자. 

가좌역 1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경의선 숲길이 시작된다.
안내판에는 5km라고 하는데 홍대입구역에서 잠깐 헤맨거를 고려해도 모든 구간의 총 길이는 약 6km는 조금 넘는 거 같다.
가좌역 1번 출구에서 쭉 걸어 오면 첫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1. 연남동 구간 – 젊음과 감성이 흐르는 거리

가좌역에서 홍대입구역 인근 까지의 구간이다. 이른바 ‘레드로드’ 구간입니다. 귀여운 캐릭터 조형물과 벽화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걷는 재미를 더합니다. 벚꽃이 만개하면 이 구간은 인생샷 명소로 변신하죠.

연트럴파크라 불릴 만큼 분위기가 자유롭고, 젊은 감성이 가득합니다. 독특한 가게, 예쁜 카페, 길거리 버스킹이 어우러지며 마치 작은 예술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차가운 시멘트 길 보다는 흙길을 따라 걷는 게 더 좋습니다
철도가 운행되었음을 알 수 있는 선로
많은 시민들이 함께 만든 '상생의 마음'이란 작품으로, 경의선숲길을 통해 상생의 문화가 움트길 소망하면서 만들어졌다.

남매인 듯 보이는데 여자 아이는 제대로 올라서지도 못하는 모습이 귀엽다

2. 와우교 구간 – 철길의 기억을 품은 공간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와우교와 땡땡거리로 이어지는 구간이 나옵니다. 이곳은 예전 기찻길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입니다.

“땡땡” 소리와 함께 철길 앞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기억을 되살리는 조형물들, 철로 위를 걷는 아이 조각상이 인상 깊습니다. 과거 기찻길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동상으로 재현되어 있어, 이 길의 과거를 상상하게 합니다.

레드로드 발전소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복합문화예술공간입니다. 이곳은 과거 경의선 책거리를 리모델링하여 새롭게 탄생한 공간으로, 전시, 체험, 축제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특히 지역 문화예술 창작자들과 협력하여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방문객들에게 문화예술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땡땡거리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에 위치한 옛 철길을 따라 조성된 거리입니다. 이곳은 과거 기차가 다니던 건널목에서 열차가 지나갈 때 울리던 '땡땡' 소리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현재는 레트로 감성과 옛 철길의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합니다. 음악과 미술로 대표되는 '홍대문화'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는 땡땡거리에는 국내 인디밴드 1세대들이 연습하던 허름한 창고와 배고픈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3. 대흥·염리동 구간 – 조용한 일상 속 쉼표

조금 더 걸어가면 소란함이 잦아들고 주거지역의 한적함이 묻어나는 대흥동, 염리동 구간이 나타납니다.

이곳은 걷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나무가 줄지어 있고, 양옆으로 자전거 도로와 산책길이 나뉘어 있어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평일 오후, 노부부가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서강하늘다리를 건너면 서강대역이 나오고 계속해서 경의선숲길이 이어진다
어릴 때 안양에 좀 살았던 적이 있는데, 저희 집 앞에도 철길이 있어서 저 조형물 처럼 해본 적이 있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좌우의 높은 고층 빌딩 사이로 이렇게 평화로운 산책로가 있다는 건 축복이다

갑자기 엄청난 돌풍 때문에 급 당황

돌풍이 불면서 들어온 안전문자 메시지

4. 새창고개·효창공원 구간 – 이야기가 숨 쉬는 길

이 구간은 앞선 구간이 끝나면 바로 이어지지 않고 큰 길가를 건너가야 하기 때문에 이정표가 좀 필요했는데, 안내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처음 가는 사람들은 헤맬 수 있을 거 같다. 공덕역 사거리에 적절한 안내 표시판을 새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횡단보도 건너에 있는 에스오일 본사 건물을 보고 우측으로 걸어가면 된다
에스오일 건물을 지나 조금 올라오면 창강비딩 주차장 안내판이 보이는데 화살표 방향으로 들어가면 마지막 구간을 만날 수 있다.
옛날 불고기 집 앞에 보이는 화살표 방향으로 들어가면 바로 마지막 구간이 보인다

마지막 구간은 새창고개와 효창공원 일대입니다. 새창고개는 조선시대 선혜청(貢稅廳)이 있던 터로, 새로 창고를 지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 당시 일본군이 이곳에 임시 사령부를 설치하기도 했다는 안내문은, 이 길이 단순한 산책로가 아닌 역사적 공간임을 일깨워줍니다.

이 구간은 숲길과 아파트 단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도시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을 줍니다.

새창고개는 완만한 경사와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며, 도심 속에서 조용히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언덕 가장 높은 곳에서는 주변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어 특히 인상적입니다. 또한, 이 구간에는 쉼터와 히스토리 벽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효창공원역 입구에서 바라본 마지막 구간

도시 한가운데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여정

처음에는 단순한 산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걸었지만, 경의선숲길은 제게 '시간 여행' 같은 경험을 안겨주었습니다.

1900년대 초부터 이어져온 철도의 흐름, 분단과 전쟁, 도시 개발을 지나 이제는 시민의 쉼터가 된 이 길을 걸으며, 저는 도시의 숨결과 역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숲길은 단순한 여정이 아닙니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안에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고요히 들려주는, 길 위의 기록이었습니다.

📍 정식 구간 정보

  • 총 거리: 약 6.3km
  • 소요 시간: 약 1시간 30분
  • 코스: 가좌역 ~ 효창공원앞역

기타 사진으로 보는 경의선 숲길

재밌는 간판들과 특이하게 보였던 가게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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