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연구소

우리말의 색깔 표현 : 한글의 섬세함과 다채로움

두 번째 햇살 2025. 3. 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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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색깔 표현 : 한글의 섬세함과 다채로움

사진 출처 : Unsplash 의 ibmoon Kim

한글은 세계 어느 나라의 언어와도 견줄 수 없는 독창적인 문자입니다. 단순히 글자의 구조뿐만 아니라, 같은 대상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폭넓은 어휘력을 자랑하죠. 얼마 전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번역의 한계였다고 생각합니다.

“푸르스름하다.”
“새파랗다.”
“멍든 것처럼 푸르다.”

 

이처럼 같은 색이라도 전혀 다른 느낌을 전달합니다. 이 미묘한 차이를 외국어로 번역하려면 설명이 길어지고, 원문의 감성이 희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1. 우리말의 색깔 표현 – 단순한 색에서 감각적인 색으로

① 빨간색 계열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 살짝 붉은 기가 도는 모습
“입술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 아주 강렬한 붉은색
“노을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 짙고 어두운 붉은색

② 파란색 계열

“하늘이 파르스름하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 연하고 희미한 푸른빛
“새파란 바다가 끝없이 펼쳐졌다.” → 강렬하고 깊은 파란색
“쪽빛 바다가 황금빛 노을을 머금었다.” → 남색이 감도는 짙푸른 색

③ 노란색 계열

“햇살이 누르스름하게 퍼졌다.” → 은은한 노란빛
“가을 들판이 샛노랗게 익어 갔다.” → 선명하고 밝은 노란색
“황금빛 물결이 출렁이는 논밭.” → 빛나는 노란색

④ 초록색 계열

“연둣빛 새싹이 얼굴을 내밀었다.” → 연하고 밝은 초록색
“짙푸른 산맥이 저 멀리 이어졌다.” → 깊고 어두운 초록색
“비취색 강물에 달빛이 비쳤다.” → 맑고 고급스러운 녹색

⑤ 검은색 & 흰색 계열

“새까만 밤하늘에 별이 빛났다.” → 아주 짙은 검정색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 완전한 어둠
“백옥 같은 피부가 눈부셨다.” → 부드럽고 깨끗한 흰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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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각적인 색 표현 – 단순한 색을 넘어 분위기를 담다

우리말의 색 표현은 단순한 색상이 아니라 감각과 분위기까지 담고 있습니다.

“수줍은 듯 불그스름하게 물든 볼”
“싸늘한 새벽 하늘의 푸르스름한 빛”
“나른한 오후, 황금빛 햇살이 방 안을 채웠다.”

 

이처럼 한국어는 색을 단순한 시각적 요소로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분위기까지 함께 표현하는 언어입니다.

3. 한글의 색 표현이 특별한 이유

세계가 점점 글로벌화되면서 많은 외국어가 유입되고 있지만, 한글만이 가진 섬세한 색 표현력은 여전히 독보적입니다. 단순히 ‘빨강, 파랑, 노랑’이 아니라 ‘불그스름한 볼’, ‘연둣빛 새순’, ‘새파란 바다’처럼 감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많지 않죠.

  • 미묘한 뉘앙스를 담는다 - 같은 ‘파란색’이라도 ‘파르스름하다’, ‘새파랗다’, ‘쪽빛이다’처럼 세밀한 차이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 자연과 연결된 색 표현이 많다 - ‘단풍들다(붉고 노란빛)’, ‘연둣빛(새싹 같은 연한 초록)’ 등 자연에서 온 색상명이 많습니다.
  • 감정을 담아 전달한다 - ‘핏빛 같다(강렬한 붉은색)’, ‘노을빛(따뜻한 황금색)’처럼 색을 통해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이해하고 일상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한글의 우수성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글을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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