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곳

청계천을 따라 걷다 - 다리와 기억을 잇는 산책

두 번째 햇살 2025. 3. 17. 18:10
반응형
SMALL

청계천을 따라 걷다 – 다리와 기억을 잇는 산책

서울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청계천. 많은 사람들에게 청계천은 단순한 산책로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오늘, 나는 '스프링' 조형물이 있는 곳에서 출발해 두물다리까지 걸으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작은 여행을 떠났다.

청계천, 기억 속의 강

청계천을 따라 걸을 때마다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배재중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처음으로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시골에서 올라온 아이에게 서울은 너무나도 낯선 곳이었다. 그러다 토요일이면 청계천을 따라 걸으며 사람 구경도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향수병을 달래곤 했다.

 

그때의 청계천은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청계고가도로가 도로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고, 양옆에는 각종 기계 부품 상점과 고서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주말이면 상인들이 북적이고, 뱀장수 같은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소음과 복잡함 속에서 오히려 위안을 느꼈던 그 시절의 기억이 오늘따라 선명하게 떠올랐다.

청계천 복원사업 : 자연과 역사의 회복

시간이 흐르며 청계천은 점점 더 낙후되었고, 환경 문제도 심각해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울시는 대대적인 청계천 복원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청계천의 과거 모습

 

이 사업은 2003년 7월에 착공하여 2005년 9월에 준공되었으며, 총 길이 5.84km 구간이 복원되었다. 당초 예상된 공사비는 약 3,494억 원이었으나 실제로는 설계 변경, 물가 변동 등으로 인해 약 3,867억 원이 소요되었다.

청계광장의 상징물 '스프링' : 쭉 늘어선 고층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복원된 청계천은 2005년 10월 1일에 정식으로 개장되었고, 개장 첫 달에는 약 627만 명이 방문하여 하루 평균 21만 명이 청계천을 찾았다. 지금의 청계천은 단순한 복원의 의미를 넘어 서울 시민들의 쉼터이자 대표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다.

청계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들

1. 모전교

[모전교] 이 다리는 조선 태종 12년(1412년)에 청계천 주변의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모전교라는 이름은 다리 북쪽에 위치했던 과일 가게들, 즉 "모전(毛廛)"에서 유래했다고 하며, 이곳은 과일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던 장소였고, 그래서 다리 이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붙여졌다고 합니다.

2. 광통교

[광통교] 태조 이성계의 계비였던 신덕왕후 강씨의 묘석을 사용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태종 이방원이 왕자의 난 이후 강씨와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묘석을 거꾸로 배치했다고 전해집니다.

3. 광교

[광교] 왕궁과 연결된 주요 다리로, 조선시대 궁궐의 공식적인 행사와 의례에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광교는 행렬이나 외교 사절단이 지나가던 경로로써 중요한 의미를 가졌어요.

4. 장통교

[장통교] 장통교는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렸는데, 예를 들어 장창교(長倉橋) , 장찻골다리 , 장교(長橋) , 장추교(長楸橋) 등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다리 주변의 창고와 상가의 특징에서 유래한 이름들입니다

5. 삼일교

[삼일교] 서울 청계천에 위치했던 역사적인 다리 중 하나로, 조선 시대에 만들어졌습니다. 이 다리는 현재의 삼일대로와 연결되며, 이름은 삼일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졌습니다.

6. 수표교

[수표교] 조선 시대 청계천에 위치했던 역사적인 다리로, 물의 깊이를 측정하기 위한 수표(水標) 가 설치되어 있던 곳입니다. 이 다리는 조선 세종 2년(1420년)에 처음 만들어졌으며, 당시에는 "마전교(馬廛橋)"라고 불렸습니다. 이후 세종 23년(1441년)에 수표를 설치하면서 "수표교"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7. 관수교

[관수교] 조선 시대 청계천에 위치했던 다리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위를 관찰 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 다리는 청계천 준설 사업과 관련이 깊으며, 당시 물길을 관리하고 홍수를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8. 세운교

[세운교] 이 다리는 청계천 복원 사업 중에 새롭게 조성되었으며, 이름은 인근의 세운상가에서 유래했습니다. 세운상가는 전자제품과 조명 가게들로 유명한 상업 지역으로, 세운교는 이 상가와 청계천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9. 배오개다리

[배오개다리] 2005년 9월에 준공된 이 다리의 이름은 종로 4가에 있던 배오개 라는 고개에서 유래했어요. 배오개는 과거에 사람들이 자주 오가던 길목으로, 이 다리는 그런 만남과 연결을 상징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0. 새벽다리

[새벽다리] 방산시장 앞에 위치해 있으며, 폭은 10미터, 길이는 23.2미터입니다. 이 다리는 시장 천막의 이미지를 현대적인 막구조로 적용하여 설계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동대문 재래시장의 역사성과 향수를 연출하며,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합니다.

11. 나래교

[나래교] 청계천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현대적인 다리입니다. 특히 나래교는 청계천의 야간 경관 조명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서울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산책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12. 맑은내다리

[맑은내다리] 맑은내다리는 청계천에 위치한 다리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청계천(淸溪川)을 순우리말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 다리는 청계천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되었으며, 청계천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상징합니다. 맑은내다리는 특히 동대문 패션 시장과 평화시장 근처에 위치해 있어, 상업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3. 다산교

[다산교] 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용 의 호인 "다산"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이 다리는 청계천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되었으며, 다산로와 인접해 있어 그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14. 영도교

[영도교] 원래 이름은 왕심평대교(旺尋坪大橋) 였으며, 흥인지문에서 왕십리, 뚝섬, 광나루로 가는 주요 교통로로 사용되었습니다.
영도교는 단종과 관련된 슬픈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단종이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유배를 떠날 때, 그의 왕비 정순왕후가 이 다리까지 배웅을 나왔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영도교는 "영이별 다리" 또는 "영영 건넌 다리"라는 별칭으로도 불렸습니다.

조선 성종 때는 돌다리로 보수되었으나,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을 위해 다리의 석재를 사용하면서 나무 다리로 대체되었습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콘크리트 다리로 재건되었으나, 1960년대 청계천 복개 공사로 사라졌습니다. 현재의 영도교는 2005년 청계천 복원 사업을 통해 새롭게 세워진 것입니다.

영도교는 단종과 정순왕후의 이야기를 기리며,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


15. 황학교

[황학교] 이 다리의 이름은 과거 이 지역에 황학(黃鶴)이 날아들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으며, 황학동이라는 동명 역시 같은 전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6. 비우당교

[비우당교] 조선 후기 실학자 이수광(李晬光) 의 당호인 "비우당(庇雨堂)"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이수광은 청빈한 삶을 실천하며, 비가 오는 날에도 방 안에서 우산을 받쳐 들고 비를 피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러한 그의 청렴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다리 이름을 비우당교로 명명했습니다

17. 무학교

[무학교] 조선 초기의 승려였던 무학대사의 호에서 따온 도로인 무학로가 지나는 데에서 유래했습니다. 무학대사가 도읍을 정하기 위해 여러 곳을 돌던 중 왕십리까지 왔다는 설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000년대에 청계천 복원공사를 하면서 새로 지어졌으며, 2005년 9월 30일에 준공되었습니다.

18. 두물다리

[두물다리] 서울 청계천의 끝자락에 위치한 다리로, 청계천과 정릉천 두 물줄기가 합쳐지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다리는 2005년 청계천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준공되었으며, 두 물길이 만나는 형상을 본떠 설계되었습니다. 또한 두물다리는 단순한 교량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다리 아래에는 "청혼의 벽"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있어, 많은 커플들이 이곳에서 사랑을 고백하며 추억을 쌓는 장소로 유명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청계천

청계천 다리 정보(요약)

번호 다리 이름 특징
1 모전교 조선시대 모전방(毛廛坊)이 있던 자리에서 유래
2 광통교 태종 때 지어진 역사적인 다리
3 광교 조선 시대부터 존재한 다리
4 장통교 과거 상업의 중심지였던 곳
5 삼일교 3.1 운동을 기념하여 명명된 다리
6 수표교 조선 시대 청계천 수위를 측정하던 장소
7 관수교 '물을 바라보는 다리'라는 뜻
8 세운교 세운상가와 연결된 다리
9 배오개다리 지역의 옛 지명 '배오개'에서 유래
10 새벽다리 새벽 시장을 오가는 상인들을 위한 다리
11 나래교 '날개'를 뜻하는 순우리말에서 유래
12 맑은내다리 '맑은내'는 청계천의 순우리말
13 다산교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호에서 유래
14 영도교 '영도'는 '물 위의 섬'이라는 뜻
15 황학교 이름의 유래 불분명, 역사적 인물 관련 가능성
16 비우당교 조선 중기 문신 이현보의 호에서 유래
17 무학교 조선 태조 이성계의 스승 무학대사에서 유래
18 두물다리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합류 지점

걷는다는 것의 의미

청계천을 따라 걷다 보니, 한 시간 남짓의 산책이 마치 긴 여행처럼 느껴졌다. 도심 속 자연과 역사, 그리고 내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한데 얽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청계고가차도가 있었다는 마지막 증거

두물다리까지 걸어가 보니 그 이후로 공사 중인 구간이 나왔다. 그래서 여기까지가 끝인가 싶었는데, 글을 정리하며 보니 황학교, 신답철교, 제2마장교, 용답역고가교, 청계천고가교 등이 더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다리가 있다는 것은 다음번 산책의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계천은 단순한 도보길이 아니라, 나처럼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걸을 수 있는 시간 여행의 공간이기도 하다.

 

여러분은 청계천을 걸어보셨나요? 어떤 기억이 떠오르셨나요?

 

청계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은 분들은 요기를 방문해 보세요

https://museum.seoul.go.kr/cgcm/index.do

 

청계천박물관

1존 개천시대 조선의 수도 한양의 중심을 가로지르던 개천(청계천)이 도심 하천으로서의 역사를 시작하는 내용을 다룬다. 한양 정도定都 과정과 도성 안 물길을 다스리는 개천 관리 연표를 비롯

museum.seoul.go.kr

 

ps : 청계천을 걷다 보면 화장실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화장실 좀 만들지 했는데 안내판을 보고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동물 동반 출입도 시범운영 중이네요.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