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보따리

호의는 선택이지, 권리가 아니다

두 번째 햇살 2025. 3. 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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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는 선택이지, 권리가 아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그날도 나는 참았다. 회의가 끝난 직후, 상대가 거칠게 내게 다가와 쏘아붙였을 때도.분명 내 사정을 설명했는데도, 그는 들은 체도 않고 화를 냈다. 말투는 거칠었고, 눈빛엔 억울함이 아닌 분노만 가득했다. 화가 치밀었다.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데, 나는 억눌렀다. “지금 터지면, 더 큰 상처가 남겠지.”한쪽에선 참는 내가 현명하다고 말했지만, 다른 한쪽은 외쳤다.

“왜 자꾸 네가 참아야 해?”

사실, 나는 늘 그렇게 살아왔다. “동료와 트러블 만들어서 좋을 게 없다.” 그래서 조금 억울해도 넘겼고, 내가 잘못한 게 아니어도 먼저 사과했다. 관계가 깨지는 걸 바라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그 선을 넘었다.

 

저녁에 나는 조용히 그를 불렀다. 술잔을 앞에 두고, 감정이 아닌 단호함으로 말했다.

“내가 오늘 왜 그랬는지 충분히 설명했지.그런데 너는 그걸 무시했어. 싸가지 없게 굴었고, 난 그걸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지금이라도 사과해. 이건 너의 오해가 만든 일이니까.” 그는 당황했고, 곧 사과했다.

 

그러나 그날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내 사정을 먼저 들었던 부하직원이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중요한 맥락은 빠지고, 말은 축소됐고, 결과적으로 나는 불필요한 오해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그 직원에게도 따끔하게 말했다.

 

“말은 정확해야 해. 네가 적당히 넘기고 임의로 바꾸면,그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누군가의 명예와 관계를 망가뜨리는 일이야.조직은 신뢰 위에 세워지는 거야. 말 한 마디, 전달 하나가 그 신뢰를 지탱하지.”

 

조직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생존의 기술이자, 신뢰의 토대다. 정확한 정보 전달은 단지 실수 방지를 넘어서, 동료 간의 관계를 맑게 유지하는 기본이다.그게 지켜지지 않으면, 결국 누군가는 부당한 오해를 감당해야 한다.


사진 출처 : Unsplash 의 krakenimages

그 경험을 겪으며 나는 한 가지를 더 깊이 깨달았다.이런 문제는 직장뿐 아니라 연인 사이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것. 처음엔 작은 배려에도 고맙다고 말하던 사람이,어느 순간부터는 그 호의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익숙함은 편안함을 주지만, 동시에 감사를 무디게 하고, 존중을 흐리게 만든다.

 

“원래 잘해주던 사람이니까.”“항상 그랬잖아.”

그 말 뒤에는 ‘고마움’ 대신 ‘기대’가 자리잡고 있고,그 기대는 결국 책임을 강요하는 오해로 번지곤 한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익숙함은 축복이자, 함정이다. 그 속에 존중이 없다면, 그 관계는 서서히 무너진다.


이후로 나는 내 태도를 조금 바꾸었다.예전처럼 무조건 참지는 않는다.그렇다고 쉽게 사람을 밀어내지도 않는다.나는 여전히, 조금 손해 본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그게 더 편하기도 하고, 내 방식이니까.

 

나는 아둥바둥 내 이익만 챙기며 살 수도 있었다.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겨먹지 않았다.어쩌면, 사람은 자신이 만든 길이 아니라 그저 자신답게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니다 싶을 땐 선을 긋는다.호의는 내 선택이다. 누구에게나 줄 수 있지만,그걸 권리로 착각하는 순간—나는 멈춘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일보다,내 사람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니까.


 

나는 나대로, 조용히 그리고 분명하게 살아간다.그러나 내 발자국은 묵직하다.

호의는 선택이지, 권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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