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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

경복궁을 걷다 – 조선의 심장을 따라

by 두 번째 햇살 2025.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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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을 걷다 – 조선의 심장을 따라

오랜만에 고궁의 정취를 느껴보고자 경복궁을 찾았다. 예전에도 몇 번 와본 적은 있었지만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돌아볼 작정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 단정하게 펼쳐진 궁궐의 지붕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를 걷다 보니, 마치 시간을 거슬러 조선의 어느 하루로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었다.

 

궁궐을 둘러보기 전, 입구에서는 한복을 입은 방문객이 티켓 없이 바로 입장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외국인을 위한 무료 해설 프로그램 안내판과 자동 발권기 앞에 줄을 선 관광객들, 그리고 손에 든 입장권 한 장. 경복궁은 그 자체로 역사이고, 체험이고, 살아 있는 박물관이었다.

● 광화문과 궁궐 담장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은 수문장 교대식을 보며 시작했다. 화려한 깃발과 늠름한 복장의 군사들이 줄지어 걷는 모습은 과거 조선 왕조의 위엄을 오늘날에도 느끼게 한다. 웅장한 석축 위에 자리한 광화문은 경복궁의 위엄을 상징하는 대문으로, 담장과 함께 궁궐의 첫 인상을 강렬하게 새겨준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파수의식)은 조선시대 왕궁의 보안을 담당했던 수문장들의 교대 의식을 재현한 행사입니다. 이 의식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에서 진행되며, 전통 의상을 입은 수문장들이 북소리와 함께 행진하며 교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교대식 외에도 취타대 연주와 수문군 공개훈련 같은 퍼포먼스가 포함되어 있어 전통 문화를 생생히 체험할 수 있습니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경복궁 입장권이 없어도 참여 가능합니다.

● 근정전(勤政殿)

흥례문(興禮門)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과 근정전의 정문인 근정문 사이에 위치한 중문입니다. 이 문은 조선시대 궁궐의 중요한 출입구 중 하나로, 본격적으로 궁궐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했습니다.
조선 왕조의 심장인 근정전은 왕과 신하가 함께 국사를 논하고 외국 사신을 맞이했던 경복궁의 정전으로, 그 위엄과 품격을 상징합니다.

경복궁의 중심이자 정전(正殿)인 근정전. 왕이 조정 대신들과 조회를 하고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공간이다. 앞마당엔 품계석이 늘어서 있고, 내부에는 화려한 단청 속 황금색 어좌가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근정전 앞에는 '드므'라 불리는 큰 놋그릇이 놓여 있는데, 이는 화재 예방과 액운을 막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햇살을 받아 빛나는 단청과 고즈넉한 마당의 조화가 인상 깊었다.

드므 : 화재 예방과 관련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드므에 담긴 물에 불의 신인 화마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 도망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 강녕전(康寧殿)

강녕전(康寧殿)은 경복궁 내에서 왕의 공식 침전으로 사용되던 공간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편안하고 건강하게 지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왕이 휴식을 취하거나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곳입니다.

왕의 공식 침전인 강녕전. '편안하게 건강하게 지내라'는 의미처럼 실용적이고 아늑한 구조가 인상적이다. 절제된 아름다움과 좌우 대칭의 안정감 있는 모습이 고요한 궁궐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 사정전(思政殿)

사정전(思政殿)은 경복궁 내에서 왕이 일상적으로 정사를 보던 편전으로, 근정전 뒤편에 위치한 중요한 건물입니다. 이름은 "깊이 생각하며 정치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왕이 국정을 논의하고 결정을 내리는 공간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왕이 일상적으로 정사를 보던 집무 공간. 근정전보다 작지만 실제 정치가 펼쳐진 핵심 공간이다. 간결하고 조용한 구조 속에 조선 정치의 숨결이 느껴졌다.

만춘전(萬春殿)과 천추전(千秋殿)은 경복궁 내에서 사정전의 좌우에 위치한 전각들로, 왕이 정사를 보던 공간입니다.

● 교태전(交泰殿)


왕비의 침전으로, ‘음양이 교합해 태평을 이룬다’는 의미. 외관은 단아하고 내부는 섬세한 장식이 돋보인다. 협길당과 연결되어 왕비의 생활 공간을 형성했다.

교태전(交泰殿)은 경복궁 내에서 왕비의 침전으로 사용되던 공간으로, 조선 시대 왕비의 생활과 역할을 상징하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1395년(태조 4년)에 처음 건립되었으나,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소실되었다가 복원되었습니다.

● 자경전(慈慶殿)
왕의 생모가 거처하던 공간. 효심이 깃든 단정한 공간으로, 부속 건물 수빈재와 함께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자경전은 1867년(고종 4년)에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재건하면서 고종의 양어머니인 신정왕후를 위해 지어진 침전입니다. 이후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888년(고종 25년)에 다시 중건되었습니다.
십장생 굴뚝은 경복궁 자경전 뒤뜰에 위치한 독특한 굴뚝으로, 조선 시대의 예술성과 상징성을 잘 보여주는 문화재입니다. 이 굴뚝은 단순한 연기 배출구를 넘어 예술적, 상징적 기능을 겸비한 조선 궁궐 건축의 대표적인 예로, 현재 대한민국의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 향원정(香遠亭), 건청궁(乾淸宮), 곤녕합(坤寧閤)
연못 한가운정자인 향원정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후원 중심. 고종의 거처였던 건청궁은 서양식과 전통 건축의 절제가 어우러졌다. 명성황후의 처소였던 곤녕합은 단정하지만 을미사변의 아픔이 서려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향원정(香遠亭)은 경복궁 후원에 위치한 아름다운 육각형 정자로,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정원 건축물입니다. 1885년 고종 시대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름은 "향기가 멀리 퍼진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북송 시대 학자 주돈이의 글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건청궁(乾淸宮)은 경복궁 후원에 위치한 공간으로, 조선 후기 고종과 명성황후의 거처로 사용되었습니다. 1873년(고종 10년)에 고종이 내탕금을 사용해 건립한 건물로, 왕실의 독립성과 자립을 상징합니다.
곤녕합은 명성황후가 일상 생활공간으로 사용하던 건물로 민가의 안채를 본뜬 구조로, 단청이 없는 소박한 외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쪽에는 누각인 옥호루가 위치해 있으며, 이곳은 을미사변 당시( 1895년 10월 8일) 명성황후가 시해된 비극적인 장소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 집옥재(集玉齋)
고종의 서재로, 서양식 2층 건물과 전통 한옥이 연결된 독특한 구조. 외교, 개혁의 중심지로 대한제국의 숨결이 느껴졌다.

집옥재(集玉齋)는 경복궁 후원에 위치한 고종의 서재로, 조선 후기의 변화와 대한제국의 기운을 담고 있는 독특한 건축물입니다. 팔우정은 1888년(고종 25년)에 건립되었으며, 이름은 "여덟 신이 돕는다"는 뜻으로 왕실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태원전(泰元殿)
고종의 신위를 모신 제례 공간. 단정하고 정중한 분위기 속에 고종의 삶과 죽음을 기리는 공간이었다.

경안문(景安門)은 경복궁 태원전으로 들어가는 내삼문으로, 태원전과 연결된 복도각을 통해 빈전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합니다. 경안문은 왕실 장례 의식에서 혼백이 지나가는 길로 사용되었으며, 태원전의 엄숙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중요한 문입니다. 태원전(泰元殿)은 조선 왕조의 국장(國葬) 의식을 위해 사용된 빈전(殯殿)으로, 왕과 왕비의 관을 임시로 모시는 공간이었습니다. 또한, 평소에는 태조 이성계의 어진(御眞)을 모시는 사당의 역할도 했습니다. 태원전은 1868년(고종 5년)에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건립되었으며, 조선 왕실의 장례 문화와 관련된 중요한 건축물입니다.

● 경회루(慶會樓)
연못 위의 2층 누각으로, 연회와 외교의 중심지. 반영된 풍경이 그림 같았고, 외국인들은 연신 셔터를 누르며 감탄했다.

경회루(慶會樓)는 경복궁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조선 시대의 연회와 외국 사신 접대를 위해 사용되던 2층 누각입니다. 연못 중앙의 네모난 섬 위에 세워진 경회루는 정면 7칸, 측면 5칸의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팔작지붕과 48개의 돌기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돌기둥은 외부는 네모난 형태, 내부는 둥근 형태로 설계되어 독특한 미적 감각을 보여줍니다.

기타 사진으로 보는 경복궁의 이모 저모

● 영추문(迎秋門)
경복궁 북쪽 출입문. 마치 시간 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을 준다.

영추문(迎秋門)은 경복궁의 서쪽에 위치한 문으로, "가을을 맞이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 문은 조선 시대에 문무백관들이 주로 출입하던 곳으로, 궁궐의 동문인 건춘문(建春門)과 대칭을 이루는 구조입니다.

경복궁을 와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두세 번은 왔던 것 같은데, 오늘처럼 입구부터 태원전까지 꼼꼼히 둘러보긴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주로 근정전과 경회루만 대충 보고 나오기 일쑤였다.

 

평일이라 그런지 외국인 관광객이 훨씬 많았고, 저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모습이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았다. 확실히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는 게 체감됐다. 특히 그들은 단청의 색감이나 건축 양식에 연신 감탄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한복을 입은 사람에게 입장료를 면제해주는 정책은 정말 잘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주변 상권에도 도움이 되고, 경복궁을 찾는 모두에게 특별한 추억이 될 테니까.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 아마도 한복을 반납하러 가는 길인 듯 보입니다.

요즘은 내국인이 한복 입을 기회가 많지 않은데, 오늘 경복궁을 걷다 보니 오히려 나도 한복을 입어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햇볕이 따가워 얇게 입고 올 걸 후회도 했지만, 궁궐 이곳저곳을 꼼꼼히 둘러보는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아직 봄꽃이 만개하진 않았지만 노랗게 물든 산수유를 보며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

 

오늘은 경복궁을 처음 온 사람처럼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뭐가 그리 급했는지, 왜 그렇게 대충 둘러봤는지 모르겠다. 외국인의 눈에는 단청 하나하나가 얼마나 경이롭게 보일까. 우리에게는 익숙한 이 모습이, 누군가에겐 처음 마주하는 아름다움일 수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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