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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보따리

잡혔으면 죽었어, 그래도 사랑받았어

by 두 번째 햇살 2025.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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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AI 이미지 생성

어젯밤, 새롭게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하느라 잠이 들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뒤척이다 늦게 일어난 아침. 부랴부랴 아침밥을 챙겨 먹고 백수의 출근지(?)이자 하루의 루틴이 시작되는 카페로 향했다.

 

익숙한 거리, 늘 보는 풍경. 바람은 봄의 기척을 담고 살랑였고, 햇살은 은근히 따뜻했다. 그렇게 평범한 아침 속, 문득 한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두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고래고래 울고 있었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채로 “안아줘!”를 외치면서 엄마에게 매달려 생떼를 부렸다.


그 앞에서 엄마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돼. 엄마 손 잡고 걸어갈 거야.”

아이는 듣는 둥 마는 둥, 급기야 바닥에 드러누웠다.
“바닥에 앉거나 눕는 건 안 되는 거야.”

 

엄마는 다시 한번 단호한 어조로 말했지만 아이의 울음은 점점 커져만 갔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나는 앞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몇 걸음쯤 지났을까? 어느새 아이의 울음소리가 멎어 있었다. 어떻게 달랜 건지는 모르지만 조용해진 그 뒤편 풍경은 이상하게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 장면을 떠올리며 문득 나도 그런 때가 있었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떠오른 기억 하나.

“난 엄마 속 안 썩였지?”

 

어느 날, 장난삼아 그렇게 물었던 나에게 어머니는 실소를 터뜨리며 말씀하셨다.

“너 얼마나 얄미웠는지 알아? 혼내려고 쫓아가면, 얼마나 빠른지. 뒷덜미가 잡힐 듯 말 듯 도망 다녔잖아. 너 그때 잡혔으면 엄마한테 죽었어. 하하.” 엄마의 말투는 웃음 섞인 투였지만, 그 속에는 나를 키우던 시절의 고단함과 그럼에도 미소 지을 수 있는 추억이 함께 담겨 있었다.

 

그 말 한마디에,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어떤 시간의 연속인지, 그 감정의 무게가 살짝 엿보였다. 요즘은 아이를 하나만 낳거나, 아예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 젊은 세대가 많다고 한다. 혹은 결혼을 해도 아이를 갖지 않기로 약속하는 경우도 많고. 경제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일이 너무 벅차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더 자주 회자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진 출처 : AI 이미지 생성

맞다. 아이를 키우는 건 힘들다. 매 순간이 전쟁이고,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아장아장 걷던 아이가 취업과 결혼을 하고, 손주가 생기기까지… 부모의 역할은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이를 품는다. 울고 웃는 그 시간 안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이 스며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 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가득한 세상은, 삶의 온기를 더한다.  그리고 그 온기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진 농촌, 줄어드는 경제활동 인구는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길에서 생떼 부리는 아이를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풀린다. 그 모습에서 정겨움이 그리고 살아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농민신문

어느새 나도, 그런 아이들의 모든 모습이 귀엽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바란다.


아이들의 울음과 웃음이 공존하는 세상, 그 안에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건강하고,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작은 울음 하나에도 삶은 흔들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사람다워진다.

#육아에세이 #감성글 #아이와엄마 #삶의온기

 

© 동화. 무단 복제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귀여운 아기 보고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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