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배운 도둑질 밤 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골프를 시작하면서 주말마다 대학 친구들과 스크린 골프장을 찾곤 했다. 친구들 보다는 늦게 시작했고 당연히 실력 차이가 컸음에도 늘 점심 내기를 걸고 승부를 겨뤘다. 그날은 당연히 내가 졌다. 점심을 사야 했고, 친구들은 망설임 없이 ‘며느리도 몰라’라는 허름한 떡볶이집으로 향했다. 상계동에서는 제법 유명한 신당동식 떡볶이집이었다.
문득 내 첫 떡볶이 기억이 떠올랐다. 중학교 1학년, 학교 앞 분식집도 아닌 작은 문방구에서였다. 식탁도 없는 그곳에서 우리는 안채 마루에 올라가 허겁지겁 떡볶이를 먹었다. 오뎅도, 대파도 없이 오직 떡과 고추장, 설탕만으로 맛을 낸 단출한 떡볶이. 그러나 그 맛은 강렬했다. 배고픈 나이라서였을까? 아니면 하교 버스를 놓치면 한 시간이나 걸어가야 하는 길이 막막해서였을까? 접시는 언제나 순식간에 비워졌고, 그때의 떡볶이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50대가 훌쩍 넘은 지금, 친구들과 나누던 그날의 떡볶이도 꽤나 맛있었다. 하지만 어릴 적 그 맛과는 조금 달랐다. 요즘도 가끔 분식집 앞을 지나며 떡볶이를 사 먹곤 하지만, 그때 그 맛을 내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내 입맛이 변한 걸까? 아니면 이제 먹고 살 만해져서 떡볶이를 예전처럼 간절하게 찾지 않아서일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떡볶이를 좋아한다. 가끔 체중 걱정을 잠시 내려두고, 옛 추억을 곱씹으며 한 접시를 비운다. 그 순간만큼은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따끈한 떡볶이가 마음 한구석을 데워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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