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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보따리

떡볶이, 그 때 그 맛을 찾아서

by 두 번째 햇살 2025.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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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배운 도둑질 밤 새는 줄 모른다 했던가. 골프를 시작하면서 주말마다 대학 친구들과 스크린 골프장을 찾곤 했다. 친구들 보다는 늦게 시작했고 당연히 실력 차이가 컸음에도 늘 점심 내기를 걸고 승부를 겨뤘다. 그날은 당연히 내가 졌다. 점심을 사야 했고, 친구들은 망설임 없이 ‘며느리도 몰라’라는 허름한 떡볶이집으로 향했다. 상계동에서는 제법 유명한 신당동식 떡볶이집이었다.

 

문득 내 첫 떡볶이 기억이 떠올랐다. 중학교 1학년, 학교 앞 분식집도 아닌 작은 문방구에서였다. 식탁도 없는 그곳에서 우리는 안채 마루에 올라가 허겁지겁 떡볶이를 먹었다. 오뎅도, 대파도 없이 오직 떡과 고추장, 설탕만으로 맛을 낸 단출한 떡볶이. 그러나 그 맛은 강렬했다. 배고픈 나이라서였을까? 아니면 하교 버스를 놓치면 한 시간이나 걸어가야 하는 길이 막막해서였을까? 접시는 언제나 순식간에 비워졌고, 그때의 떡볶이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세줄일기'라는 어플에서 기록했던 내용

 

50대가 훌쩍 넘은 지금, 친구들과 나누던 그날의 떡볶이도 꽤나 맛있었다. 하지만 어릴 적 그 맛과는 조금 달랐다. 요즘도 가끔 분식집 앞을 지나며 떡볶이를 사 먹곤 하지만, 그때 그 맛을 내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내 입맛이 변한 걸까? 아니면 이제 먹고 살 만해져서 떡볶이를 예전처럼 간절하게 찾지 않아서일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떡볶이를 좋아한다. 가끔 체중 걱정을 잠시 내려두고, 옛 추억을 곱씹으며 한 접시를 비운다. 그 순간만큼은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따끈한 떡볶이가 마음 한구석을 데워준다. 😊

 

https://naver.me/5OQyqz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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