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친구 모임, 꾸미루기 – 그냥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우리에게는 "꾸미루기"라는 이름의 모임이 있다. 처음엔 장난처럼 붙인 이름이지만, 사실은 "꿈미루기"에서 변형된 말로 "꿈을 이룬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발음도 자연스럽고 의미도 좋아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이름을 써왔다.
꾸미루기는 38년째 이어지고 있는 친구들의 모임이다. 정기적으로 3개월에 한 번씩 만나고, 그 외에도 술 한잔이 생각날 때 시간이 되는 친구들끼리 자연스럽게 모인다. 이름을 정한 것도,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된 것도, 거창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냥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유지되어 온 것이다.
첫째, 돈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회비 시스템을 도입해서 모일 때마다 누가 낼지 고민하지 않는다. "돈이 많으면 좀 더 내고, 없다고 모임에 빠지지는 말자." 이 원칙은 38년 동안 우리를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둘째, 장소 정하는 걸로 시간 낭비하지 않는다.
우리는 회장을 정해서 장소 선택을 맡긴다. 의견을 조율하는 게 아니라 그냥 회장이 정하면 다들 따라가는 방식이다. 나는 오랫동안 회장을 맡았는데, 솔직히 특별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내가 먹고 싶은 곳을 정한다. 물론, 친구들의 교통편도 고려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맛있게 먹고, 즐겁게 마시는 것"이다.
셋째, 건강을 너무 예민하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건강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건강에 집착하지 않는다. 적당히 관리하되, "이제 술 좀 줄여야 하지 않겠냐" 같은 잔소리는 하지 않는다. 그냥 각자 알아서 하면 되는 거고, 모이면 있는 그대로 즐기면 된다.
하지만 꾸미루기가 38년을 이어온 건 단순히 "함께 술 마시는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각자의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도 함께 봤다. 그리고 애사가 있을 때는 장례식장을 지키고 발인을 함께하며 몇몇은 장지까지 동행하며 슬픔을 나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새로운 삶의 단계에 들어섰다.
누군가는 퇴직을 했고, 누군가는 건강 문제로 수술을 받았고, 또 누군가는 지금 병마와 싸우고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처럼 곁을 지킨다. 우리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간다. 그게 우리가 38년을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관계가 계속 이어질 거라는 확신이 있다.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게 정말 고맙고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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