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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맛있네!

[정동길] 청송옥, 삼겹살 or 소고기국밥

by 두 번째 햇살 2025.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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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은 고즈넉한 가을 풍경이 떠오르는 곳이다. 노란 은행나무가 늘어선 길 위로 따뜻한 햇살이 스며들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분위기에 빠져든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과 정동교회 같은 유서 깊은 건축물은 근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서양식 건물과 현대적인 빌딩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독특한 공간을 형성한다.

 

정동제일교회(이미지 출처 : 이천설봉신문)


 잔잔한 데이트 코스로도 사랑받는 이곳은 돌담길을 따라 걷는 연인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작은 카페와 갤러리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또한, 정동극장과 서울시립미술관이 자리하고 있어 문화와 예술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공간이기도 하다. 낭만과 역사, 그리고 예술이 공존하는 정동길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선사하며 특히, 가을이면 서울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 중 하나로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그런 정동길 한편에는 허름하지만 묵직한 존재감을 가진 맛집이 하나 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삼겹살’이 맛있는 곳, ‘청송옥’이다. 가게의 상호가 사장님의 고향인 ‘청송’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청송(靑松)’이라는 한자에서 따온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곳의 장터국밥(소고기국밥)과 삼겹살이 내 입맛에는 그야말로 일품이라는 사실이다.

청송옥 전경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 과음으로 숙취가 심한 날이면 이곳을 자주 찾았다. 빨간 국물에 소면을 먼저 말아 한 그릇 비우고, 조금 작은 듯한 밥을 말아 먹으면 땀을 뻘뻘 흘리며 속이 확 풀리곤 했다. 국밥 특유의 텁텁함이 있을 법도 하지만 이 집 국물은 생각보다 맑고 개운해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이곳 삼겹살은 생삼겹이 아니라 냉동삼겹살이다. 생이든 냉동이든 가리지 않는 편이지만 때때로 냉동삼겹살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처음 접했던 삼겹살이 냉동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예전의 익숙한 맛을 더 찾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청송옥 1층 내부

 
며칠 전, 지인 두 명과 함께 가볍게 소주 한 잔을 기울이기로 하고 청송옥을 찾았다. 저녁 6시쯤 도착해서인지 손님이 많지는 않았지만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둘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배꼽시계가 정확했던 우리는 허겁지겁 삼겹살 5인분을 주문하고 소주를 곁들였다.

 

노릇 노릇해지길 기다리는 삼겹살의 자태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주위를 둘러보니 확실히 예전만큼의 활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곳은 여전히 익숙한 그 맛을 지켜내고 있었다.

 

서민들의 대표 음식이라 불리는 ‘삼겹살’과 ‘소주’. 친구에게서 “술 한잔할래?”라는 연락이 오면 가끔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망설일 때가 있다. 하지만 “소주 한 잔할래?”라고 묻는 순간은 다르다. 반가움과 함께 어딘가 모르게 가슴 한쪽이 찡해지기도 하고,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그 한마디에 우리는 무조건 약속을 잡는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 

 

청송옥

서울 중구 서소문로11길 14 1층 (서소문동 52-1)

place.map.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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