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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보따리

물가 상승의 본질을 흐리는 잘못된 인식

by 두 번째 햇살 2025.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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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의 본질을 흐리는 잘못된 인식

최근 뉴스를 보면 물가 상승의 원인을 주로 농산물 가격에서 찾는 보도가 많다. "배추값 폭등으로 물가 비상", "채소값 급등, 서민 경제 부담 가중" 같은 헤드라인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이는 물가 상승의 본질을 왜곡하는 잘못된 인식이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농산물의 비중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는 다양한 품목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농산물 가격이 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2022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의 주요 항목별 가중치를 보면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가 전체의 약 14%를 차지하는데, 이 안에는 농산물뿐만 아니라 축산물, 수산물, 가공식품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순수한 농산물(채소, 과일, 곡물 등)이 전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 정도에 불과하다.

농산물 가격 변동이 주목받는 이유

1. 눈에 잘 띄는 변동성

농산물 가격은 기후, 계절, 기상재해 등에 따라 크게 출렁인다.

 

폭우가 오거나 한파가 닥치면 배추, 무, 대파 같은 품목의 가격이 급등하는 일이 흔하다. 이러한 변동성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을 자극한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배추 한 포기 가격이 두 배로 오르면 사람들은 '물가가 심각하게 올랐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은 전체 물가 상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2. 언론 보도의 편향성

언론은 단기적인 이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농산물 가격 변동은 보도하기 쉽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끌어내기에 좋은 소재다. 그러나 정작 전기요금, 가스요금, 교통비 같은 공공요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음에도 이런 요소들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된다. 정부 정책이나 대기업의 가격 결정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직관적인 ‘배추값 폭등’ 같은 뉴스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쉽다.

3. 정책적 부담 회피

물가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국제 원자재 가격, 환율, 공급망 문제, 기업의 가격 정책, 공공요금 인상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정부나 관련 기관이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반면, 농산물 가격은 기후나 자연재해 같은 외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용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4. 농협중앙회의 반박과 우려

농협중앙회에서도 이 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 왔다. 농산물 가격은 계절과 기상 조건에 따라 변동성이 크지만 전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언론이 농산물 가격 변동을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단정하면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농업인들에게도 불리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농협중앙회는 이러한 왜곡된 보도가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물가 상승 요인을 분석하고 보도할 것을 요청해 왔다.

진짜 물가 상승의 원인은?

  • 공공요금 인상(전기, 가스, 수도요금)
  • 환율 상승 및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 주거비(전월세) 상승
  • 유가 상승 및 교통비 증가
  • 기업들의 가격 정책(슈링크플레이션, 가격 인상)

언론과 정부는 본질을 제대로 짚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단순한 몇 가지 품목의 가격 변동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의 합산이다.

 

일시적인 농산물 가격 변동을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내세우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정부와 언론이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물가 상승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배추값'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물가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논의를 깊이 있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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