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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보따리

예스맨들은 왜 권력자를 떠나지 않는가?

by 두 번째 햇살 2025.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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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들은 왜 권력자를 떠나지 않는가?

어느 조직에서든 권력의 자리에 오르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리고 그들의 말은 하나같이 비슷하다.

"OO님이 안 계시면 조직이 무너집니다."
"대안이 없습니다."
"모두가 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듣는 사람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한다. 정말 내가 아니면 안 되는 걸까? 하지만 계속해서 비슷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자리 잡는다. "그래, 내가 한 번 더 나서야겠어."

예스맨들의 논리와 조직의 몰락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조직이 특정한 한 사람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건강한 조직이 아니다. 더구나 수장의 자리를 연장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사람들은 조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걱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장이 계속 있어야 자신의 자리도 유지되고, 기득권도 공고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한 조직에서 임기가 끝난 지도자는 조용히 내려오려 했지만 측근들이 몰려와 말했다. "이번에 출마 안 하시면 대안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대안이 없었을까? 아니다.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만든 프레임 속에서만 대안이 없었던 것이다. 새로운 리더가 등장하면 그들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방법을 동원해 기존 수장을 붙잡아 두려 했던 것이다.

사진 출처 : 월간 중앙 1978년 경호실 창설 기념일 때 사열하며 정부와 정계 유력인사들과 악수를 나누는 차지철 경호실장. 그는 당시 집권당이었던 공화당 소장파 의원의 다수를 관리하며 정권을 보위하는 데 앞장섰다.

 

그렇게 한 번 더 자리를 지킨 결과,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불행하게도 결국 그 조직의 수장은 비리에 연루되어 감옥에 가게 되었고, 조직 전체도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처음에는 조직을 위해 헌신하던 사람이 결국 조직의 가장 큰 부담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은 특정 조직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그리고 지금도 이런 모습을 보고 있다. 정치에서, 기업에서, 심지어 작은 단체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처음에는 조직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조직을 이용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가 바로 예스맨들의 아첨과 조작된 여론이다. 권력자가 예스맨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 더 이상 현실을 직시하기 어려워진다. 비판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오직 환호만이 들린다. 하지만 그렇게 쌓인 환호는 허상일 뿐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조직은 균형을 잃고 권력자는 예스맨들이 만든 환상 속에서 길을 잃게 된다.

조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

"특별히 건의사항이나 이런 건 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자유롭게 얘기해 주시죠."

이 순간, 정말 자유롭게 얘기했다가는? 글쎄, 그 말을 한 사람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솔직한 의견을 내놓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보통 이런 자리에서 진짜로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두 부류다. 영혼이 진짜 맑거나, 아니면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 대부분의 조직원들은 이 말을 들으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 자유롭게 말하라고 하지만, 진짜 그렇게 했다간 그다음이 문제겠지."

이것이 조직의 현실이다. 인간은 본래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귀에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을 편하게 여기게 된다. 하지만 적어도 조직의 최고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인간이기에,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을 더 가깝게 두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조직 전체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리더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애초에 쓴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기업의 CEO든, 심지어 학급 반장이든, 유권자는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한다. 결국, 리더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조직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린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듯, 권력도 영원할 수 없다. 하지만 권력은 꽃보다 더 쉽게 변한다. 권력은 단 열흘도 가기 힘들 수 있다.

결국, 권무십일홍(權無十日紅)이다.

 

어느 조직이든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랄 뿐이다. 물론 초심 자체가 사악하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겠지만.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위험한 적은 외부의 반대자가 아니라 곁에서 끊임없이 "당신만이 답입니다"라고 속삭이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길을 잃는 순간, 권력자는 자신이 아니라 조직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진 출처 : Unsplash 의 Joshua Hib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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