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정말 싸가지가 없는 걸까?
저녁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황당하면서도 안타까운 광경을 목격했다. 내 앞에서 한 가족이 함께 걷고 있었다. 아빠, 엄마, 그리고 아들.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갑자기 아들이 짜증 섞인 말투로 이렇게 내뱉었다.
"엄마는 얘기하는데 끼어들지 마!"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요즘 아이들이 예의 없다고 해도 설마 엄마에게 이렇게 대놓고 반말을 할까? 그 짧은 순간, 나는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혹시 그냥 성격이 까칠한 아이일까? 아니면 부모의 양육 방식이 문제일까?
엄마의 반응, 그리고 아이의 태도
"뭐? 끼어들지 마?"
"버르장머리 없고 싸가지 없이 엄마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보통 이 정도면 아이가 주눅 들고 사과할 법한데,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아이는 아무런 반응 없이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는 무언의 표현처럼 보였다.
그리고 아빠의 반응
더 놀라웠던 것은 아빠의 태도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걸어가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한 부모가 훈육할 때는 다른 부모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아동심리학 전문가들의 조언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집에 돌아가서라도 아빠가 제대로 가르칠까? 내 아이들이었다면 나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애들'만의 문제일까?
요즘 직장에서도 'MZ세대와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X세대'도 한때는 선배들에게 같은 말을 들었다. 심지어 알타미라 동굴벽화에도 이런 글이 적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요즘 애들은 싸가지가 없어."
시대가 바뀔 때마다 어른들은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하지만 오늘 본 그 가족의 모습은 단순한 세대 차이로 치부할 수 있을까?
MZ세대가 정말 문제일까?
MZ세대 자체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어찌 보면 우리 같은 기성세대들이 과거의 생각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우리가 맞춰놓은 틀 안으로 여전히 들어오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대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그것이 충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대를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MZ세대에게도 하고 싶은 말
그렇다고 해서 MZ세대가 무조건 옳다는 것도 아니다. 너희들만이 옳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역사는 여러 세대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이고, 너희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역사가 또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가 옳고, 기성세대는 생각하는 거, 말하는 거 다 후지다."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그들의 방식에도 나름의 이유와 가치가 있다. 우리가 너희들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듯이, 너희들도 기성세대의 생각과 행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세대 간의 갈등은 결국 서로를 향한 이해와 존중이 있을 때 비로소 해소될 수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시작하는 '인성 교육'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 가치관을 형성하고 학교와 사회를 거치며 그것을 발전시킨다. 결국 가정에서부터,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부터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간관계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예절 교육을 넘어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말이다.
오늘 만난 그 가족의 모습은 단지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은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도 반복되는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일 것이다. 우리는 과연 다음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가르침은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몫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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